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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칭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송영찬목사

 

일반적으로 ‘이신칭의’(以信稱義, justified by faith only)는 하나님의 택함을 받은 신자가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단편적인 사고방식으로 말미암아 교회의 성도들도 항상 의롭게 살아야 한다는 부담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식에 일찍부터 길들여진 한국교회의 신자들은 늘 힘에 겨운 신앙생활을 유지하면서도 그것이 이신칭의로부터 오는 당연한 의무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성경, 특히 이신칭의의 신학적 배경을 제시하고 있는 로마서는 이신칭의에 대해 좀더 폭넓은 이해를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신칭의가 신자 개개인의 구원 문제로 귀착되지 않고 교회의 지체로서 살아가는 성도들의 삶에 대한 역동적인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이신칭의’를 개인의 삶에 적용하기 이전에 교회의 지체로 살아가는 삶의 원동력이라는 점에 새로운 이해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1. 이 글의 목적

 

로마서가 제시하고 있는 ‘이신칭의’의 교리가 근본적으로 교회의 문제이며, 믿음에 의한 칭의 역시 교회로부터 분리되어 고려될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그리스도인의 칭의가 교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밝히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즉 칭의가 단순히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는다’(롬 1:17)는 신학적 서술로 끝나지 않고 칭의가 신약 시대의 교회에 미칠 근원적인 의미를 추구함으로써 새 시대에 걸맞은 ‘교회의 삶’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교회란 하나님의 거룩하고 은혜로운 통치를 이 땅에 구현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이 땅에 세우신 유일한 기관을 가리킨다. 곧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에는 인간으로서 최선의 가치를 발휘하고 그의 인격이 하나님의 인격에 도달하기를 바라셨다. 이러한 창조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범세계적인 제도가 ‘교회’이다. 그러므로 교회란 각 성도가 정당한 삶을 발휘하여서 하나님의 나라를 구체적으로 이 땅에 나타냄으로써 세워지는 기관이다. 이처럼 교회는 하나님께서 계획하고 경영하시는 다스림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이 땅에 드러내는 유일한 터전이다.

 

2. 이신칭의에 대한 이해들

 

그동안 로마서에는 바울 사도의 교리적 입장이 충분히 진술되어 있다는 전통적인 견해로 말미암아 오랫동안 ‘이신칭의’ 및 ‘예정론’에 대한 신학적 이해가 로마서의 핵심 주제로 여겨져 왔었다. 최근에 와서 학자들은 ‘의’(righteousness)의 원리라고 하는 기독교의 기본 교리를 제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구약시대에 이스라엘의 실패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경륜으로부터 소외된 선민 이스라엘과 그 선민 이스라엘로부터 하나님의 구속 경륜으로부터 소외되었던 것처럼 보였던 이방인들이 신약시대에 와서 보편적인 하나님 나라의 모습으로 등장한 교회와 갖는 관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점은 로마서가 새롭게 생성되는 교회로 하여금 새로운 경륜 가운데 존재하고 있다는 자존적 의식을 충분히 제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아울러 구약시대의 이스라엘과 이방인으로 구별되었던 인류가 이제는 교회 안에서 동일한 회원으로 살아갈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교회 공동체가 하나님의 나라를 구현하는 새로운 시대적 경륜에 적합한 도덕적 삶 속에서 살도록 유지시켜 준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유대인과 관련하여 바울이 제기한 논쟁들은 로마서가 본질적으로 복음과 그 복음을 보존하는 교회를 유대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실천적인 목적을 충분히 함유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 유대인들로부터 소외되었던 이방인들이 새로운 경륜체인 교회를 통해 과거 이스라엘이 추구했던 하나님 나라의 삶을 구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로마서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에 대한 하나님과의 관계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3. 바울의 이신칭의 이해

 

바울은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부름을 받은 교회가 자신들의 삶을 유지시켜주고 능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으로 교회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의’가 가지고 있는 궁극적인 결과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처음부터 로마서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칭의가 본래부터 방향성과 목적성을 가진 실재임을 의미한다.

 

첫째, 칭의는 구원과 영생에 이르기 위함이다(롬 5:9-10; 10:9-13; 11:11, 14).

바울에게 있어서 구원은 곧 영생과 같은 개념이다. 이 사실은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의 한 의로운 행동이 모든 사람에게 생명을 가져왔고(롬 5:18), 그들은 궁극적으로 영생에 이를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된다(롬 5:21). 이런 점에서 영생은 아담 안에서 죄로 인해 죽은 자가 그리스도 안에서 은혜로 의롭게 되어 현재와 미래에 있어 영원한 생명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롬 6:21-23).

 

둘째, 칭의는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영광을 상속하기 위함이다.

바울의 칭의관에 있어서 획기적인 내용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된 자들을 가리켜 ‘하나님의 아들들’이라고 하는 것에서 분명해진다(롬 8:14). 하나님의 아들들이라는 의미는 그들이 곧 양자의 영을 받고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자녀임을 의미한다(롬 8:15-16). 하나님의 양자가 되었다는 것은 그들이 하나님으로부터 상속자의 자격을 부여받음으로써 그들이 하나님 아버지의 상속자로서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한 영광을 상속하였음을 강조한다(롬 8:17).

 

여기에서 우리는 칭의가 결코 미래를 위한 약속만이 아니라 현재에서도 성도들이 누리고 있는 하나님의 능력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광에 참여하게 될 신자들은 사실 현재적이며 동시에 미래적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칭의의 결과로써의 ‘구원’ 또는 ‘영생’의 개념은 이중 종말론적 관점, 즉 실현된 종말론적 관점과 미래 종말론적 관점을 동시에 가지게 한다.

 

4. 마치는 말

 

실현된 종말론적 관점에서 칭의의 효과는 이를 보증하고 상징하는 교회의 성례로부터 확인된다. 왜냐하면 칭의는 결국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의 능력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현된 종말론적 관점에서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의 능력을 실현하는 제도가 곧 성례이다. 칼빈은 이와 관련해 제네바 교리문답(1542년)에서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이 확인하고 있다.

 

제 330문: 중생은 어디서 그 능력을 얻는 것입니까?

답 :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부터입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죽음은 다음과 같은 능력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를 통해서 우리의 옛 사람의 본성은 십자가에 못 박힘을 당하며 우리의 죄된 본성은 장사되어 더 이상 우리를 다스릴 지배력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의를 따라가는 새로운 삶은 그리스도의 부활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331문: 세례 시에 이 은혜가 어떻게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입니까?

답 : 세례 시 우리에게 주어지는 약속을 받기에 우리가 자세가 바르고 합당할 때 우리는 이때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또한 그분의 성령을 받게 됩니다.

 

또한 실현된 종말론은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이 칭의를 통해 거룩한 나라의 본상을 이 땅에 드러내고 그 교회가 장차 완성될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본질을 구현해내기를 기뻐하셔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셨다는 논리적 근거이기도 하다. 때문에 실현된 종말론적 관점에서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그리스도인의 칭의는 근본적으로 교회를 세우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같은 의미에서 이신칭의가 가지는 궁극적 목적으로써 미래 종말론적 관점을 충족시키기 위해 실현된 종말론적 관점으로 나타나는 교회의 삶에 대한 관심을 유추한다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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