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호 목사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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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가 언제 교회를 떠날 수 있는가?

 

이성호 교수(고려신학대학원)

 

“성도가 교회를 떠날 수 있는가?” 참으로 고통스러운 질문이다. 이 질문과 가장 씨름을 많이 했던 사람은 아마 영국 청교도의 황태자로 불렸던 존 오웬(John Owen)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평생 동안 자신이 영국교회를 떠난 분리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성경적으로 증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먼저 그 교회가 어떤 교회인가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불가시적인 공교회(invisible catholic church), 즉 선택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을 의미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 교회를 떠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선택받은 백성은 어떤 경우에도 그리스도의 지체에서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이 교회에서 분리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이 교회의 회원이 아니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 교회의 회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교회를 떠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교회가 가시적 공교회(visible catholic church)를 의미하는가? 이 교회는 참된 신앙을 고백하고 가시적 은혜의 수단인 세례를 받은 사람으로 구성된다. 이 교회는 선택받은 사람으로 구성되는 불가시적 교회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이 가시적 공교회를 떠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고백한 신앙고백을 부인하고 그것을 노골적으로 불순종하는 것이다. 이 교회를 떠난 이후에 회개하여 다시 돌아 올 수도 있지만, 만약 이 교회를 계속 끝까지 떠나 있다면 그 사람은 구원을 받을 수 없다.

 

이 교회가 개체 교회를 의미하는가? 그렇다면 몇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그 교회가 진리에서 떠난 경우. 교회가 진리를 떠나면 그 교회는 더 이상 교회가 아니기 때문에 신자는 하루 속히 그 교회를 떠나야 한다. 둘째, 멀리 이사를 하게 되는 경우. 이 경우에는 더 이상 교인으로서의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회의 허락을 받아 이명 증서를 받아 합법적으로 떠날 수 있다.

 

좀 어려운 경우는 교회에 심각한 분란이 생기거나 큰 문제가 생겼을 때이다. 대표적인 예는 당회 안에서 목사와 장로 사이에 일어나는 분쟁이다. 만약 재정과 관련되어 있으면 문제는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도 사이에 패거리가 만들어지고 교회 안에는 늘 긴장이 넘치게 되면 꼭 도살장 끌려가는 심정으로 교회에 가게 된다. 필자는 예전에 후배들에게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으면 무조건 인내하면서 참고 기도하라고 권면하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교회에서 문제가 생기면 공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고 그것이 성경적이다. 일반적으로 문제를 감추고 덮으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나중에 커지는 경우가 더 많다. 인내하고 기도하되 분명하게 드러난 죄에 대해서는 시정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무기한으로 참고 인내하기 보다는 자신의 신앙 수준에 따라 기한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최선의 노력을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 안에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자신의 영혼의 안녕을 위해 양심적인 판단에 따라 교회를 떠날 수 있다고 본다.

 

가족이 있는 경우에 가장(家長)은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교회 안에 분란이 생기면 가장 많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어린 자녀들이다. 이들이 받는 상처는 치명적이며 평생 지속될 수도 있고 심지어 신앙을 떠나게 할 수도 있다. 만약 그와 같은 증상들이 보인다면 최대한 좋은 교회를 찾아 빨리 떠날 것을 권한다. 무작정 기다리면서 하나님께 해결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겉으로는 신앙이 좋아 보이지만 사실은 무책임한 결정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끝까지 남아서 그 교회를 지키는 사람들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가장 어려운 경우는 교회가 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은혜가 안 되는 경우”이다. 대표적인 예는 목사의 설교가 은혜가 되지 않는 경우일 것이다. 또는 교회의 분위기가 자신과 안 맞거나 자녀 교육이 부실한 것도 여기에 포함 될 것이다. 이 경우에는 몇 가지 점검해 볼 일이 있다. 정말로 목사의 설교에 문제가 있는가? 아니면 자기 자신에 문제가 있는가? 아니면 양쪽 모두에 문제가 있는가? 일반화 시킬 수 없지만 이런 경우는 보통 다음과 같이 발생한다. 신앙생활을 처음 했을 때에는 목사의 설교도 좋고 교회의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게 되면 목사와 교회의 안 좋은 점도 눈에 들어온다. 목사의 설교에 진보가 없으면 들을 때마다 속에서 불만이 생긴다. 사실 우리 한국교회에서 목사가 설교 준비를 제대로 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인은 영적 갈급함을 채우기 위해 신앙서적도 보고 인터넷도 뒤지지만 그럴수록 목사 설교에 대한 불만은 더 쌓여가게 된다. 필자의 경험에서 보았을 때 오늘날 상당수의 ‘가나안 교인’들이 이런 상태에 있다. 교회 안에는 이런 교인들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회는 정기적으로 분립개척을 하여 자연스럽게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런 상황에서 신앙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자신이나 교회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떠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고 판단하면 교회의 상담과 지도를 받아서 적합한 교회를 찾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당회는 그런 신자를 계속 그 교회에 묶어 두기보다 그 교인에게 맞는 교회를 추천하여 신앙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교회는 오는 교인도 잘 환대를 해야 하겠지만 떠나는 교인도 잘 지도하여 보내야 한다. 이것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회를 떠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성도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대부분의 교회는 교회의 가입에 대해서는 친절한 안내가 있지만 떠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침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신자들은 아무런 상의도 없이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아무도 교회를 떠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지침을 세워서 성도들이 필요할 때 교회의 지침과 지도대로 편안하게 잘 떠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회가 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지도할 때 성도가 교회를 떠나더라도 이단이나 사이비에 빠지지 않게 된다. 당연히 교인은 그와 같은 교회의 지도를 잘 따라서 이명 해야 할 것이다.

 

아주 옛날과 달리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이 교회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얼마든지 타락한 양심에 따라 남용될 수 있다. 만약 교회를 자주 떠난 적이 있는 사람은 정말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는지를 심각하게 질문을 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았다면 교회를 옮기더라도 그 문제는 얼마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지상에는 완벽한 교회가 없다는 것도 직시해야 한다. 본인이 판단하기에 좋은 교회라고 생각하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교회를 자주 옮기는 것은 본인에게도 큰 상처가 되지만 남아 있는 목사나 교인들에게도 큰 상처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신자가 목사와 아무런 상의 없이 교회를 떠나는 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자녀들을 위해서도 결코 유익하지 않다.

 

성도는 언제 교회를 떠날 수 있는가? 교회(장로교회의 경우 당회)의 허락을 받으면 떠날 수 있다. 허락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기다려야 한다. 계속 허락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양심에 따라 교회를 떠날 수 있지만 교회의 권징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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